2026-06-03

시작은 쉬워지고 마무리는 어려워졌다

상용 배포 전 모든 작업물은 재고, ‘배포 전’은 전부 재고다.

배포 게이트 앞에 쌓인 채 대기하는 컨베이어 벨트 위의 박스들

요즘 이 문장이 유난히 와닿았다.

조직 전체가 AI로 인해 압박을 받으면서 쫓기듯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감각이 점점 커지고 있다.

빨라진 흐름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속도에 맞춰 작업 품질과 흐름이 함께 망가지는 장면을 자주 본다.

빨라진 시작, 망가지는 중간

로켓처럼 빠르게 출발했지만 중간이 어지럽게 엉킨 채 결승 깃발로 향하는 경로

시작의 비용이 굉장히 낮아졌다. 초안을 구성하고 코드를 작성하고 화면을 띄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짧아진 상황이다.

그런데 그 만큼 마무리가 가벼워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중간 과정이 거칠어지면서 배포 직전에 정리해야 할 양이 늘어났다.

이렇게 망가진 중간 과정을 안고 가다 보니 진짜 관심을 가져야 할 ‘배포까지의 공수’는 오히려 더 커지게 되었다. 빠른 시작이 전체 공수를 줄여주지는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마무리를 짓는 것이다.

공수 측정은 왜 초반에만 작동할까

타임라인 초반에만 측정 마커가 있고 끝에는 측정이 없는 모습

작업 공수는 보통 시작 직전에만 진지하게 다뤄진다. 초기 보고가 필요한 시점이라 공수를 굉장히 타이트하게 때로는 비현실적으로 잡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보고 이후 막상 실제 작업이 진행되면 일정은 길어지고 초기에 잡았던 공수는 어느 순간 의미를 잃는다. 그리고 아무도 그 차이를 다시 들여다보지 않는다.

측정이 시작에만 있고 끝에는 없는 구조가 좋지 않게 느껴진다. 끝에서 보지 않으면 다음 작업의 시작에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회고가 회고로만 끝날 때 - 완료까지 가져가는 힘

지켜지지 못한 공수에 대한 피드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좋게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 서로 꺼내기가 쉽지 않다.

회고가 그 자리를 대신해 주기를 기대하지만, 여태까지는 실제로 개선까지 이어진 경험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회고가 회고로만 끝나면서 다음 사이클에서 같은 문제가 같은 모양으로 반복된다.

시작은 쉬워졌지만 그 쉬움이 마무리의 책임까지 가볍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완료까지 가져가는 힘이 결국 작업의 품질을 결정한다.

시작을 멈추고 완료에 집중”이라는 문장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